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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2 14:37 조회 57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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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을 적,
나도 파릇파릇 했고 친구들도 파릇파릇했던 그 시절,
난생 처음으로 맘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자 사람 친구가 생겼다.

첫 만남은 상당히 우연적이었다.
입학 후, 1학년들끼리 술자리를 가졌다. 다들 데면데면 하니 술 마시고 이야기도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자는 이유에서였다.
우리과는 한 학년에 50명이 조금 안 되는데, 알바가 있다던가 선약이 있다던가,
나오기 싫다던가 하는 이유로 술자리에 온 사람은 20명 즈음 됐다.
장소는 학교 앞 술집이었다. 과대가 미리 룸 하나를 잡아서 그 안에 꾸역꾸역 스무명이 들어갔다.

우연히도 그애가 내 옆자리였다.
키는 160 중반에, 긴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흔히 말하는 돼지로, 제법 살집이 있었다.
때문에 여자로써 매력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서 더 쉽게 다가간 것 같다.
시간이 가면서 술이 들어갈 수록 술게임은 잦아들고 두세명 끼리만 대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OT를 안 갔기 때문에 친구가 없어 그녀석하고만 대화를 했다.
그녀석도 나와 마찬가지로 OT를 안 가서 친구가 없었기에, 나 말고 다른 아이들과는 별 말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폰번호도 교환하고 그랬다.

첫 만남이 중요하다고
난생 처음 홀로 타지로 와서, 아는 녀석이라곤 단 한 명도 없었기에 나는 그녀석과 친해질 수 있었다.
물론 나중에 가서는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지만, 나름 서로에게 절친이 되었다.

보통 남자들끼리 이야기를 한다면 첫빠따로 나오는 게 게임 이야기였겠지만, 그녀석은 여자였으니 겜썰은 불가능했다.
그녀석은 여자인데도 스포츠를 좋아했다. 야구 팬이었는데, 나는 스포츠라곤 프리미어리그 만 봐서 이 주제로도 대화가 불가능했다.

이야깃거리도 없는데다가 나는 모태쏠로였기 때문에 친해질 건덕지가 안 보였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았다.
우선, 과가 예술계다보니 서로 학업 관련으로 이야기 할 거리가 많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대화 할 구실을 만들 뿐이었던 것 같다.
녀석에겐 남동생이 하나 있었고, 내겐 누나가 한 마리 있다. 이거 가지고도 이야기를 꽤 많이 했다. 대부분 동생, 누나 욕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말도 트고 카톡도 자주 하고 그랬다. 강의때도 옆 자리에 앉는다거나 점심을 둘이서 먹기도 했다.
나와 녀석은 기숙사에 살았다. 주말이 되면 같이 놀 사람도 없고 해서 둘이서 볼링이나 당구를 치거나 노래방을 가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가 학교다닐 때 가장 즐거웠던 시절 같다.
밤 10시, 11시 즈음. 술생각이 날때 전화를 걸면 만나줄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참 좋았다.

다만 다른 감정은 없었다. 문제는 다른 애들이 보기에 우리가 썸타는 것 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가 사귀는 사이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냥 친구사이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녀석들이 오해를 할 줄은 몰랐다.
물론 나랑 친하게 지내던 남자애들은 나랑 그녀석이 썸타는 사이가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에 별로 상관은 없었다.

다만 여자애들이 문제였다.
나와 그 녀석이 사귀는게 아닌가 하는 소문이 여자애들 그룹에서 돌기 시작했다.
그 무리에는 내가 짝사랑 하던 여자애도 있었다.
충격이 꽤 컸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그 녀석과 연락을 줄였고, 괜히 쌀쌀맞게 대하고 그랬다.

그게 계속되니 그 녀석도 화가 꽤 많이 났었다.


그 뒤로 단둘이 술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그때 다 이야기를 했다.
내가 짝사랑 하는 애가 있다. 걔한테까지 우리가 사귄다는 소문이 퍼지는게 싫었다. 그래서 그랬다.
그렇게 말 하니 그 녀석은 잘 알겠다고 말했다.

그 뒤로는 형식적인 인사만 주고 받았을 뿐,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
같이 밥을 먹거나 하지도 않았고 카톡도 주고받지도 않았다.

얼마 안 있어 내가 짝사랑 하던 그녀는 다른 과 3학년과 사귀게 되었고,
여자애들 사이에서 나는 개새끼가 되어있었다.

지금도 그녀석에겐 정말 미안하다.
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 하나를 내쳐버린 내가 참 병신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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