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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그녀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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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00:32 조회 31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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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동이 터, 하늘이 밝아오는 시간.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온 내 맞은편에 앉아, 수학 문제를 풀고있다.
샤프도 아닌 연필을 돌리고, 잘 풀리지 않는 지 미간을 찌푸린 채 연필 뒤를 물기도 하고, 뽀뽀하듯
이 입술을 내밀고 있기도 하다가, 어느새 머릿속에서 답이 내려지면 순식간에 풀이와 답을 써내려간다.
그제야고개를 들고 가방을 내려놓은 나와 눈인사를 한 그녀는, 짙은 향이 풍겨오는 녹차를 마시고 기지개를 편다
어느새 창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한 햇빛은 아직은 서늘한 아침 공기를 서서히 데우기 시작한다.
마지막 우리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우아 죽을거 같아. 나 하마터면 완전 쪽팔릴뻔 했어요. 그죠?”“에이 저랑 담당쌤도 겨우 눈치챘는데,
애들은 몰랐을 거예요. 마실거 좀 줘요?”“네.”작은 교생실. 다른 교생 세 명은 아직 교실에서 오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아, 한 명은 아예 오늘도 출근을 안했군.방금 수업을 한 그녀는 수업 중 자신의 작은 실수를 걱정하고 있었고,
그녀의 수업을 참관한 나는 안심시켜주며 항상 챙겨다니는 비타민 워터를 권했다.
어느새 다음 주면 교생이 끝나는 금요일. 그녀와 나는 일반적인 동료 교생들의 사이보다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 그녀를 포함해서 다섯 명의 교생 중, 둘은 아예 같은 학교에서 지원해서 나온커플이고...
한 명은 교육 실습 기간 중반 이후부터 아예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음 따지고 보면 다섯이 아니라 넷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수고하셨습니다~”“어? 또 쌤들 같이 들어와요? 님들 교실에서 교생실 오면서 연애질 너무 티나게 하는거 아님?ㅋㅋㅋ”
곧 커플인 남녀 교생 둘이 교생실로 들어서고, 그녀는평소와 같이 쾌활하게 그들을 맞는다.

마지막 수업이 끝났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칼퇴근을 위해 각자의 가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매번 느끼지만 사람 사는거, 학교든 직장이든 어딜 가나 그 꼴이 그 꼴이지 싶다.
아까 말했듯이, 오늘은 교육 실습이 다음 주로 끝나는, 마지막 금요일이다.
불과 십 년 전이었다면 우리는 내일도 출근해야 했겠지만,
중학교고 고등학교고 요즘은 다 주5일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도 쉰다.
(뻐킹 학생이 주5일은 개뿔. 그러니 늘어난 노는 시간에 술담배나 처하고 어른코스프레 하고 다니는거 아닌가.)
우리는 실습의 마지막 금요일을 교생끼리 불태우기 위해, 평소에 우리의 퇴근 택시가 되어주던(나는 어느새 퇴근 기사가 되어있었다.)
내 차를학교에 그대로 놔두고, 학교 근처의 번화가의 한 치킨집에 자리잡았다.
한달 내내 염장질의 끝을 보여주던저 빌어먹을 커플들은 당연히 서로를 옆에 끼고 앉았고...
그 덕에 나와 그녀는 옆자리에 앉아 눈앞에서염장질 퍼레이드를 관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웃고 떠들고 두 솔로가 한 쌍의 커플을 타박하고... 두세 시간이나 흘렀을까.
어느새 우리가 마신 맥주만 6천... 맥주인지라 취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아마내 구강에서부터 똥꼬까지는
보리 숙성 알콜로 제대로 소독됐을 거다.
뜯은 치킨의 흔적인 뼈만 앙상히 남게되자, 곧 우리는 이대로 쫑낼까, 아니면 2차를 갈까 고민에 빠졌지만,
그녀와 나 앞의 커플은 분명 고민하는 ‘척’만 한게 틀림없다.
그들은, 우리가 계산하고 가게 문을 나서자마자, 여자의 취한 척 연기가 돋보이는 비틀거림과
남자의 걱정하는 척 연기가 돋보이는 감싸안음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분명 장담할 수 있는데, 사라진 방향은 모텔촌이 틀림없었다.)
“...아오 저 닭살커플... 어쩌다 저런 커플이랑 같은 학교교생이 되갖고...ㅋㅋㅋ 어쩔래요 쌤? 우리도 이제 해산?”
사라진 커플 방향으로 이를 가는 시늉을 하며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아직 아홉 시 정도밖에 안됐다고, 우리끼리 한 잔 더하자는 제안을 했다.
나야 당연히 콜.
그녀나 나나 배만 부른 맥주보다 소주를 선호했기에 우리는 곧 술집으로 들어갔다.
소주가 한 병나왔다. 소주가 두 병 나왔다. 소주가 세 병 나왔다. 소주가 네 병 나왔다.
어? 아직까지는 괜찮은 거같은데 좀 더 마시면... 하는 순간에 그녀가 다섯 병째를 주문했다.
앉은 지 이제 겨우 한 시간 정도됐을까.
그녀와 나는 이미 두 병씩을 마시고 새로운 병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흘려 들은 기억에,마약에는 기분이 업되는 것과 다운되는 것, 두 종류가 있다던가?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만 다른 점은, 마시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같은 술이라도 업이 될 수도 있고, 다운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다시말해 술에 한없이 취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한없이 솔직해지기 시작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생각한다.
술에 취한 그녀는 평소의 유쾌하고 쾌활하지 않았다.미소에 의해 생기가 넘쳤던 눈은 시무룩했고,
웃음을 띄고 올라가있던 입꼬리는 어느새 무겁게 내려앉았으며, 그녀의 자신감을 대변하듯 항상 당당하게 펴져
있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내가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녔으리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그래서 힘든 교육 실습 기간에도 언제나 웃음을 띄고 다녔었으리라 생각했던 그녀가,
언제가 자신감 넘치고 유쾌함을 잃지않으리라 생각했던 그녀가.
내 앞에서 술에 취해 웃음과 유쾌함을 잃고 고개를 숙인 채 술만 마시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술잔에 술을 채워주며, 고민이 있으면 들어줄 수 있다고. 그러면 한결 편해질 거라고 말해주는 것 밖에 없었다.
내가 항상 강하고 유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입에서, 그녀의 고민이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집안 사정이 어렵단다.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부모님의 사이가 나빠져서 결국 어제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그녀는 평소 자신의 가정이 화목하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은 틀어져 있었고 이혼이 확정된 후,
어제 밤에야 그 사실을 말했다... 뭐 그런 내용의 고민이었다.아니 고민도 아니겠지 이건.
고민은 고민함으로써 좋은 방법을 탐색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일 수 있으니까.
평소 실수 하나 없이 수업을 잘 하던 그녀의 오늘 수업이 조금은 엉망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처음 말한 것처럼 들어주는 것. 그것뿐이었다.
어설프게 힘내라고도, 부모님을 설득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도,
부모님 인생은 부모님 인생이고 네 인생은 네 인생이다 같은 개똥같은 헛소리도 아닌,
그저 묵묵히 함께 술을 마시며 들어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줄 모르고 함께 술잔을 채우고, 그녀가 속사정을 후련하게 털어놓고, 같이 소주를 여섯 병을 마시고 나오니
어느새 시간이 열두 시였다.하... 택시타고 집가고 내일 다시 학교 와서 차를 갖고 가야겠구나.
“너 집 멀지않아? 택시비 많이 나올텐데? 이 근처에 나 자취하는데 자고가. 방 넓어~ㅋㅋ”...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술집을 나서기 전만해도 울상이던 그녀가 어느새 웃음을 되찾은 채 나에게 엄청난 도발을 걸고 있다
.자기가 말하면서도 쑥쓰러운 건지, 아니면 술기운이 제대로 올라온 건지, 얼굴부터 귀까지 아예 새빨갛다.
부끄러워서 웃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뭐 오래 고민할 필요 있나. 이런 큰 도발에는 당연히 넘어가는
게 도리지.나는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러겠노라고 했고,
그녀와 나는 어느새 서로에게 기댄 채 그녀의방을 향해 천천히, 밤공기를 즐기며 걸어가기 시작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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