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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으로 해외여행 다녀온 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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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02:46 조회 34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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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http://www.ttking.me.com/248918

하이텔 바둑동 활동을 접고 사설바둑사이트에서 열심히 활동했었지

낮에 일하고 저녁에 돌아오면 밥을 모니터 앞에서 먹어가며 바둑을 두거나 구경을 했어


정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빠져들어갔지



니들도 알다시피 01410으로 접속하면 하이텔인데 다른 번호누르면 많은 사설단체들이 유저를 기다렸거든

그중 하난데 아직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거기서 한 기우를 만났어

나의 바둑인생에 있어서 정신적인 스승이라고 할 수 있지


그냥 한달 넘게 그 양반 바둑만 따라다니면서 구경했었다

아무말 안하고 구경만 했어 지건 이기건 졸졸 뒷꽁무니만 따라다닌거지


왜냐고? 그 양반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든거야


바둑 스타일이라는게 정말 묘하다 생각해

바둑과 관련된 인간관계에 있어서,그 스타일 때문에 더 두고 싶기도 하고 가깝게 지내고 싶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게 만들거든



이 양반 바둑 스타일을 표현하자면

수가 깨끗했어

뭔가 그런 느낌을 처음 받은거야 이런 식의 바둑은 바둑을 처음 시작해서 좋은 수 깨끗한 수 꾸밈없는수를

두는 반듯한 아이들에게서나 대국중 느낄 수 있는 느낌이야

아마 어떤 일게이들은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고도 남을거라 생각해



보통 바둑두다가 안풀리면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손버릇이 못되어 먹었다고 표현하는 그런 식으로 바둑두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지? 바로 그거야

그런데 이 양반은 절대 그런 일 없이 져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정말 회복불가라고 판단되면

그냥 돌을 거둬



하지만 이 양반 바둑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확률로 끝내기까지 하고 계가에서 조금 뒤쳐지는 정도로 질 뿐이였어

그러니까 한몫 잡아보겠다는 식의 바둑도 아니고 집으로 승부하고 폭리를 취하지도 않고 무슨 무대뽀 마냥 멋대로

들이대거나 결국 손찌검해서 복날 개 목숨 끊어지는 듯한 바둑은 절대 두지 않았던거지



그 스타일을 본받고 싶어서 졸래졸래 따라다니던 어느날 새벽에

그는 바둑을 더 안두고 내게 말을 걸지뭐야



새벽인데 정말 잠안자고 바둑보느라 이젠 자야겠다 할 시점이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눴어




태풍00년 : 왜 그렇게 줄 곳 따라다닙니까? 늦었는데 잠도 안자고


나 : 님 바둑이 내 맘에 들어서요 보고 배울게 많아서 그래요


태풍00년: 바둑 많이 좋아하나 보네요


나 : 예 좀 그렇습니다. 한번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데 여건이 마땅치 않아서 여기서라도 보면서 늘고싶어서요




그러다 그 양반이 나더러 만나러 와도 된다고 해서 내친김에 단번에 그럼 지금 찾아가도 되냐고 했는데

흔쾌히 오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새벽 첫차를 타고 서울로 상경해서 상봉터미널에서 직행인지 뭔지를 타고 눈길을 미끄러져가며

겨우 평창에 도착했지

예정한 시간을 훨씬 초월해서 도착해서 탈진할 정도로 애먹었어

눈이 왔거든



거기 내리니까 정말 깡촌이었어

대합실이 완전 허름한 경로당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해야하나

상상이 안되더라



지금은 평창이 어떤지 전혀 몰라 이후에 가본적이 없어놔서 좋아졌겠지?



헌데 내리자 마자 두리번하려는 찰라

태풍00이 날 알아봤어



하기야 그 동네에 나 같은 행색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고

다들 나이든 아재요 아줌니 그리고 할배 할매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인사하고 그 양반, 봉고를 몰고왔는데 봉고 행색도 말이 아니더라 군데 군데 녹슬고 중고를 산것 같더라

그래도 성능좋게 잘 달려주어서 신나게 흔들거리며 산길로 내달렸다


비포장길에 돌투성이의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어쩔땐 옆으로 피할 자리가 없어 뒤로 빠지기도 하면서 길을 터주고

결국 평창 그 산골 마지막 끝집까지 도착한거야



정말 위험하기도 하고 조금 걱정도 되고 했지만 전기가 들어온 다는 사실을 알고 갔으니까 그나마 위안이었어



나 같은 사람들이나 당시 소위 네티즌이라고 불리던 사람들 대다수는 컴퓨터를 사용했지만

도착해보니 이 양반 집안에 컴퓨터가 없었어!



컴퓨터도 없이 바둑을 뒀다는게 너무 어처구니 없었지

보니까 구석에 단말기하나가 떡 하니 있더군



그 당시 전화국에서 일반인 신청을 받아 자기들 나름대로 선별하여 소수에게 단말기를 대여했었어

그 단말기는 색표현이 제대로 안되어 흑백 모니터 같은 거 수준으로 형편 없었지만

컴퓨터가 비싼 시절에 초창기 통신보급을 위해 노오력한 흔적 같은거라고 생각해줬으면해



어쨋든

둘이 조금 이야기 나누고

맛있는거 해준다고 그 한겨울에 지렛대 큼지막한거 들고 오함마와 양동이를 가지고 냇가로 갔지

갔는데 꽁꽁얼은거 지렛대로 깨고 오함마로 내려치고 해서

민물 고기 쬐그만거와 시냇물 흐르는데와 돌밑에서 잠자던 산개구리 잡아가지고 집에 돌아와 화로에

석쇠올려 구워주더라


굽는동안에 개구리 똥꼬에서 기생충도 나오고 그래서 식겁했다



도저히 나는 산개구리는 못먹겠고

피래미 구워서 고추장에 찍어 먹었어



밥은 꽁당보리밥 반찬은 피래미, 개구리 뒷다리 와 짠지


맛은 좋더라

국민학교다닐때 이후로 완전 백퍼센트 꽁당 보리밥은 처음이었어

고추장에 박박 비벼먹었다 후다닥, 개구리 먹으라고 할까봐 겁나서 ㅎㅎㅎ



그렇게 저녁먹고나서

바둑두러 둘이 그 단말기 앞에 둘러앉아서 접속했는데

기가 차더라


보이는건 검은 바탕에 흰줄과 흰점 테두리쳐진 검은점 뿐이야 이건 흑돌이지



내가 집에서 바둑둘땐 바둑알 처럼 보이는 화면에 바둑판처럼 보이는 곳에 놓아서 불편함이 없었지만

이 양반 화면은 완전 원시시대였었지


이런 상황에서 바둑을 장시간 뒀다는것과 좋은 기보를 만들고 게다가 매너까지 좋았던거였어



정말 나로서는 보고 배우고 싶은 사람이었지



거기서 바둑을 많이 배우진 못했어

두판인가 배웠고

두판인가를 복기 받았어


하지만 내가 배운것은 그사람의 삶의 자세와 바둑에 대한 열정 그리고 마음가짐이었지

이거면 충분한거 아니냐


그 당시 나는 아직 이십대였고 앞으로 둘 날도 많으니까 말야

서두르지 않았어 여기와서 조금 배웠다고 서운해 하지도 않았고



이 양반이 소싯적에 ㄱ바둑도장에서 바둑을 배웠다는걸 알았어

그리고 도장을 떠났고 이후에 출판업에 종사하다가 건강이 좋지않아

평창에 방한칸 되는 집을 손수짓고 집앞에 보리밭을 일구고 염소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던거야

보리밭이 댓돌에서 겨우 몇미터 떨어진곳부터 시작해서 펼쳐져있는데 혼자먹고 살고 남을 정도만 농사짓더군



그리고 이집이후론 더이상 집이 없었어 전봇대도 마지막 이었고

한참 바둑구경하다가 어느날 경찰이 들어닥친적도 있었어



산길을 헤메다 실종된사람 찾는다는 경찰둘이 자기도 길을 못찾겠다고 도와달라며 문을 확 열고 들이닥쳐서

무장공비인줄 알고 엄청 놀랬다

눈덮이 경찰사람이 그렇게 무서운지 처음 알았다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그 양반 바둑 구경하고 내 바둑 구경해주고

뭔가를 보충해야 하는지 뭐가 잘못인지 뭐가 먼저인지 뭐가 나중인지를 화롯불에 밤까먹어가며

의미를 차근차근 배웠어

지금도 기억하고 그대로 지켜나가고 있어


바둑이란게 계획적이고 작전을 세워 치밀하게 따지고 때로 수단을 부릴땐 뿌러질때까지 맞부딪히지 않으면

색깔없는 무의미한 지워버리고 싶은 기보가 되기 쉽거든



그렇게 일주일 되는 날 나는 이웃주민중에 서울로 간다는 차를 같이 얻어타고 가기로 했지



가려고 짐싸고 나왔는데 내게 책한권을 내어주더군

고맙게도


책이름은 바로 꼼수퇴치법1이야

정석도 아니고 행마도 아니고 꼼수였지

바로 꼼수


저자가 옛날옛적에 이름있는 신문에 연재기고 했었고 인기가 정말 좋았었지



눈길을 구불구불 한참 고생해서 서울로 올라왔지

서울에서 다시 내가 사는 지방으로 정말 해외여행 가는거만큼 오랜시간을 보내고 내집 컴퓨터 앞에 도착했어


그리고 바로 접속하고 여느때와 같이 이야기 나누고 졸졸 따라다니면서 바둑을 구경했어



이 고마운 책을 받았으니까

선물로 준 사람의 정성이 식기전에 열심히 공부했어


하루에 세가지씩 무조건 수순따라 외우기로 한거야


정석도 무척 많아서 책자체가 사전같이 엄청 두꺼웠어

하지만 꼼수도 만만치 않아


그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읽으면서 묘하더라


어떤거는 이해가 안되어서 일단보류한거도 있고 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수가 짧아서 그랬던거였어

나중에 다시보니 이해가 가더라



공부란게 바둑하고 비슷하자나

독서도 그렇고

읽었을때 당시와 지난 다음에 다시 접해보면 생각도 성향도 의미도 거기서 얻어지는 느낌도

다른거 처럼


바둑 공부도 그렇더라



어찌되었건 열심히 외웠어


그리고 외운거 활용해야 까먹지 않거든

그래서 내 급수 편차+- 2 급 되는 기우들에게 활용하고서

쾌재를 불렀어


아주 쌤통이기도 하고 깨볶은듯 고소하기도 했거든

내가 아는길로 상대를 유인해서 골탕먹이고 함정에 빠뜨려서 조기불계를 이뤄내는....짜릿한 그맛?



예전엔 그러지 않았는데.....어쩌다 내가 이렇게 사악해졌나 싶을 정도로 활요하면 할 수록 빠져들더라

그렇게 바둑공부가 사파무공을 터득하면서 시작되었어


솔직히 바둑공부는 지겹고 어렵고 따분하다구

하지만 어떤 계기가 되거나 목적이 뚜렷하게 서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바둑이건 공부, 일이건 일사천리란거 잘 알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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