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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18:44 조회 40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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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여러 해를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첫 만남은 스무 살의 교회 행사였다.
나는 스무 살까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주변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를 들어도 감정이 일지 않고,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도 그 적에는 해본 적이 없었다.
여자랑 말하는건 그래서인지 되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좋아하는 가수는 같았고, 좋아하는 영화도 같았다. 대화는 탁구처럼 주거니 받거니 순조로이 흘러갔다.
대화가 사그라들어도 어색함을 느낀 사람은 없었다.
만나지 못 할 때에는 길게 톡을 했다. 혹은 귀가 뜨거워질 정도로 오랜 시간 전화를 했다. 딱히 영양가있는 내용은 없었다. 
말 없는 통화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 교류는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얼굴을 본지가 좀 되었다 싶을 때에는 친구가 만나고 싶다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만났다. 
거짓말이라는 것은 단박에 들통났지만 만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사소한 선물을 서로에게 주고받기도 했다. 이유는 없었다. 서로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일년을 그렇게 만났다.
연애는 아니었다.
혹은 연애였을지도 모른다.

군대에 입대했다.
수많은 편지. 수많은 전화.
어느 시점부터인가 길어지는 편지일자간격
짧아져가는 통화시간.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침묵.

친구에게 그녀가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다음 날은 부대에서 일하기 싫어 외진을 나갔다.

그 이후로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전화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직감하는 것과 동시에 검은 감정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랑 사귀는지. 언제부터 사귀었는지. 어떤 데이트를 하고 어떤 고백을 받았는지. 그새끼는 군대에 갔다왔는지. 어디까지 나갔는지. 어디까지 갔는지. 어디에 갔는지.

참 스스로가 저열하다고 생각했다. 못 났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다시 만났던 날은 전역하고 반 년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녀의 연애는 어느샌가 끝이 나있었고, 나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연애를 시작했다.
그 날 집 근처 공원에서 나는 첫 키스를 했다.


첫 한 달은 이전보다 즐거웠다.
관계가 변했어도 우리의 대화는 예전처럼 잘 맞아떨어졌다.
갈 곳은 많았고, 할 것도 많았다. 공유하는 추억도 많았고. 바보같았던 서로의 이야기도 꺼낼 수 있었다.
벚꽃이 필 무렵이라 산책길은 아름다웠고, 날씨는 따뜻했다. 걷기 좋은 날이 많았다.

그 다음 달은 첫 달보다 즐거웠다.
여전히 갈 곳은 많았고, 할 것도 많았으니까.
석촌호수변을 걸으며 제2롯데월드에 갈것인지 말것인지를 정했다. 
우리는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다음 달은 그 전보다 즐겁지 않았다.

그 다음 달은 더더욱 즐겁지 않았다.
그녀와 나는 점차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매운 음식을 좋아했고, 나는 그렇지 못 했다.
나는 수국을 좋아했으나 그녀는 그렇지 못 했다.
500일의 썸머라는 영화에 대한 서로의 해석은 너무나도 달랐다.
그녀의 노래 취향은 어느새 바뀌어있었다.
서로가 건넨 선물에는 욕심만 그득히 어려있었다.
그래도 앵무새처럼 참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나 역시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긴 첫 사랑은 그런 식으로 짧게 끝났다.
우리는 헤어짐과 동시에 모든 연결방법을 서로 차단했다.
후에 다시 만나는 날이 있으면 인사하고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일도 없이 서로 갈길을 가기로 했다.
서릿발같이 차가운 그 말을 하는 우리는 서로 울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잡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어반자카파가 신보를 냈다. 
널 사랑하지 않아 라는 노래였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간간히 소식이 들린다.
하던 일이 잘 안 되었다고 한다.
괜히 안타까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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