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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알바했던 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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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18:47 조회 41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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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손님들을 기다리며 손에 45cm 핀셋을 탁탁 치며 즐겁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내 버릇이 핀셋을 손에 치는거였는데, 이게 살찝히면 되게 아픕니다. )
하루에 몇번있는 설명시간이 되었습니다.
이게 손님들 안모이면 설명할 맛이 안나는데, 그날따라 사람이 많이 모여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화석전시관부터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소리지르는 애기도 없고, 끼어드는 초딩도 없고 조용하니 운이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우제류 발목뼈와 여러 고대동물간의 공통점을 통해 알아낸 진화관계에 관해 대강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성큼성큼 걸어나왔습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가까이서 듣고 싶어하는 눈치인것 같아 이내 다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새치염색을 한듯한 파마 머리에 무테 안경...짙게 바른 립스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가 선생님을 보는 듯한 모습이어서 기억이 납니다. 눈매가 굉장히 또렷했습니다.
한참 말을 하다가 매머드의 진화에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설명을 하던중, 아까 그 아주머니가 큰소리로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하나님의 창조물이며...! 진화를 믿는자들은 자신이 짐승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것이며...!! 하나님은 ..!모든 생명체를 한꺼번에 이땅에 심으신것입니다...!누가 밥을 주는지 모른다면, 돼지만도 못한것입니다.'
이런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북한앵커 말투...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습니다. 뭐가 맞는말이고 그른말이고를 떠나서 자연사 박물관이지 않습니까..또 제가 말하는 중이었고요
진화론도 구멍이 많은건 사실이지만...그래도 ㅠㅠ 화석을 다루는데 진화얘기가 빠질순 없자나여 ㅅㅂ
결국 '제생각이 짧았습니다'하고 사과 했는데 그아주머니는 아들들을 데리고 가버리시더라구요..
나중에 들었는데 하도 난리를 쳐서 환불 받아서 나갔다고 하덥니다.
(저는 기독 미션스쿨을 나왔으며할아버지가 기독교 이시며 다양한 종교를 존중합니다.)


어느날 또 설명을 하는데, 굉장히 통통하고 귀도 보드라워 보이는, 버터냄새가 날것같은 아이가 왔습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였는데, 초등학생이 가죽시계도 차고 여튼 굉장히 잘살아 보였습니다.부모님도 굉장히 귀티를 내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손님을 모아서 화석부터 설명을 하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티라노이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티이라노우 사워릇 뤡스.'
와 무슨 교과서 영어교재 발음을 듣는것 같았습니다.
큰 소리. 굴린 발음. 
부모를 양쪽에 끼고 이러고 외치는 겁니다.
뭔가 모자란 애인가 했습니다.
부모님은 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다음에는 암모나이트를 설명하는데 
이미친 꼬맹이가 
'애뭐나이이트.'
이러는 겁니다.
무시하고 계속 설명을 하는데 이꼬맹이는 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습니다.
'암모나이트가 이정도로 커지려면 몇년을 살아야...''애애뭐어나이이이이트!'
설명을하는데 이꼬맹이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외치는 겁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제 발음이 못마땅했는지 손수 발음교정을 하는거였습니다..
저는 부모님에게 눈빛을 보냈습니다.
'지금 너네 자식 뭐하는거죠??'
꼬맹이의 어머님이 인자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얘가 미국 어학연수 다녀와서 그래요 호호.'
네? 어학연수면 살다온것도 아니자나여 갔다왔다해도 지금 이짓이 정상으로 보입니까 
이런 말들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지만 꾹 삼켰습니다.

이꼬맹이는 제가 외래어 생물이름을 말할때마다 발음교정을 했습니다.
'이건 우리 박물관에서 제일 오래산 볼 파이톤..''파이 th... 쏜!....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꼬맹이 부모님에게 눈빛을 보내도 그냥 자기자식밖에 안중에 없는...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나중에는 급기야 제가 순우리말로 바꿔서 생물을 불렀습니다.
콘스네이크 스펠링을 몰라서 걍 옥수수뱀이라 함ㅋㅋㅋㅋㅋ
그밖에 자이언트화이트니->흰무릎왕거미
로즈헤어->장미털 거미 등등으로 불렀던것 같음...
인디언 오너멘탈은 진짜 두뇌 풀가동 해도 안되겠어서 인디언 오너멘탈로 불렀는데
어김없이 
'인디언 온허멘할.'
여기서 못참고 쪼잔하게 한마디 했습니다.
'너 이거 이름 쓸줄은 아니 영어로? 책좀 많이 읽어요 지금까지 말한거 다틀렸어요 ㅎㅎ'
사실 원래 발음 몰라서 틀린지 안틀린지 몰랐는데그냥 순간 생각나는 말이 저거 밖에 없었어요 ㅋㅋ
그랬더니 울먹울먹 하면서 유창한 한국말로 부모님한테찡찡댐...ㅎㅎ
부모님이 저한테 뭐라 할까봐 쫄렸는데 의외로 그냥 가서 안심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 보따리는 여기까지... 재미없을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절도 얘기는 너무 시시해요
그냥 훔치려다 걸리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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