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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여자애한테서 도망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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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19:43 조회 50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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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가을이었던 것 같다


소꿉친구 였던 여자친구한테 이별통보 아닌 이별통보를 받고


이별을 실감하지 못해 매일같이 시체처럼 지내던 그 시기에

학교 체육대회와 축제가 다가왔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그 당시 우리학교는 남녀각반이라 

남자반과 여자반을 한 반씩 묶어서 팀을 짜서 체육대회를 했다

아마 씨름이나 축구 등 여자가 불리한 종목이 있어서 같다

체육대회 날, 우리 반도 어느 여자 반과 한 팀이 됐고

스탠드 한 자리에 같이 앉게 됐다

모처럼 공부가 아닌 운동을 하는 날이라 

너나 할 것 없이 달아올라있었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축구와 씨름 단체전을 나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 같은 놈이 어떻게 씹인싸 전용 인기종목 2가지를 같이 나갔는지 모르겠다

축구는 예선에서 쳐발렸고 씨름 단체전은 3:2 접전 끝에 우리팀이 3위를 했다

3.4위전에선 내가 마지막 순서로 나와서 이겼는데 

긴장감과 압박감, 가을 치곤 뜨거운 햇살 때문이었을까

난 기뻐할 새도 없이 코피를 뿜고 쓰러져버렸고 

그대로 남은 오전 시간을 보건실에 쳐박혀있었다

양호선생도 없이 혼자 누워있는데 문이 쪼르륵 열리더니

'넌 너무 잘해' 라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문쪽을 바라보니 왠 여자애가 문틈으로 빼꼼히 바라보고 있었고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도망쳐버렸다.

오후에 운동장에 나가 우리 반이 있는 팀 쪽에 가보니

그 여자애가 앉아있었다

다른 애들보다 연한 머리색, 눈가에 있는 애교점, 장난기있는 얼굴

그 애는 스스럼없이 나한테 말을 걸었고 

나는 그 애의 입담에 빠져들어 반나절 사이에 금새 친해졌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 축제가 열렸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와 그 애는 같이 다녔고

타코야키를 같이 먹는다던가 페이스페인팅을 한다던가 하며 시간을 보냈다.

공연을 보고 나오니 어느덧 저녁이 돼있었고 

학교 건물에서 나와 돌아가는 길에 

그 애는 갑자기 날 매점 뒤 쓰레기장으로 끌고갔다

저녁 노을에 물들어 더욱 예뻐진 머리, 하트모양 토끼 페이스페인팅, 긴장한 듯 굳어진 얼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듯 몇번이고 주저하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직감했다. 또, 어떤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10년을 넘게 소꿉친구로 지내고 2년을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

그 얼굴이 떠오르자마자 내 가슴속에 이상한 감정이 꾸물대기 시작했다

그 감정은 주체할 수 없이 커져갔고 나는 그 감정을 빨리 떨쳐내고 싶었다

"미안" 

내뱉듯 말을 하고 나는 도망쳤다.

그 애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듣고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하면 내 안의 감정이 수그러들 것 같았다

하지만 집으로 오는 내내 내 안의 감정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 애는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싶었을까

그 감정은 대체 뭐였을까

나는 그 때 왜 도망쳐나온걸까

내가 어렸던 걸까

아니면 여렸던 걸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답을 어느하나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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