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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23:53 조회 30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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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은 시간, 영석이에게 연락이 왔어. 휴대폰에 녀석의 이름 뜨는 것만 보더라도 심장이 쫄깃쫄깃 하더라. 이 늦은

시간에 우리 집 앞이니까 잠시 나오라고 하는 거야. 느낌적으로 무언가 잘못 됐다 싶었고, 올게 왔다고 생각했지.


"아우... 추워."


아주아주, 정말정말, 미친듯이 추운 날이었어. 겨울 바람이 뼈속까지 침투해서 상처를 내는 느낌이 들 정도였지. 집

앞으로 나가니까, 내 예상과는 달리 그 추운 날에 바보같이 웃는 영석이가 보이네. 등치에 안 맞게 말이야.


"아... 고추 얼겠다."


아차, 싶었어. 하지만, 내 입 밖으로 나온 엎질러진 물이었지. 그저 영석이 눈치만을 살폈는데, 다행히 표정의 변화가

없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일 끝났어?"


"응... 방금... 그리고 할 말도 있고...."


"추워 죽겠다... 어디 커피숍이라도 갈까? 아니면, 소주 한 잔 할래?


그 순간 나에게 날라오는 물체가 하나 있었어. 영석이가 던진 맥주 캔이었어. 이 추운 날에 맥주라니... 심지어 밖에서?


"가볍게 한 잔 하자."


"뭐... 여기서... 이렇게 추운데?"


"우리도 나이 많이 먹었다 그치? 준석아 너 기억 나?"


"......"


"우리 대학 때, 눈 오는 날, 아 맞다. 첫 눈이었지. 펑펑 쏟아졌었지. 시험 공부 하다가 열 받는다고, 그 추운 날에 맥주

여러 병 사서 눈 속에 파 묻고, 하나씩 빼먹었잖아."


"하하... 그랬지..."


"그때가 그립다. 우리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봐."


옛날 이야기를 꺼내는 영석이를 보며,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어. 너무나 진지했거든. 자고로 남자들은 나이를 아

무리 먹어도 친구끼리는 이렇게 진지하거나 낯간지러운 옛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말이야. 더구나 아직 술도 안 마셨는데.


"한 잔 하자."


"아... 캔이... 얼었다.. 아 추워."


그 추운 겨울 바람을 맞으며, 캔 맥주 한 모금을 마셨지. 이 늦은 시간에 이게 무슨 꼴인가 싶었는데, 영석이가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하더라.


"너무 망나니처럼 살았던 것 같아."


"망나니?"


"준석아... 이 캔 맥주 하나 마실 시간만큼 내 이야기 좀 들어줄래?"


"어... 그... 그래"


영석이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올 지, 매우매우 불안했어. 제발 지숙씨에 대한 이야기만 아님을 속으로 빌었던 것 같아.

어쩔 수 없잖아... 그게 인간의 이기심이기도 하고... 제발....






###



준석아, 고시에 실패하고 정말 죽고 싶더라. 나이는 먹고, 할 수 있는 건 없고... 그래도 운 좋게 빠른 시간 내에 학원 강사

를 하면서 입에 풀칠은 하고 살 수 있었지만, 이미 내 마음은 패배감에 썩어 문드러진 상태였어.


그냥 죽고 싶더라. 죽자니, 가족이 눈 앞에 아른 거리고, 가족을 생각하자니, 내가 병신 같아서 그냥 죽고 싶고... 마치 뫼비

우스 띠처럼 끝이 없더라.


매일이 지옥이자 고통의 연속이었지. 이때 깨달은 것이 죽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어. 마음은 하루에 수 백 번이

라도 죽고 싶은데, 막상 죽는다고 생각하면 용기가 나지는 않더라.


그 시기에 떠나버린 희선이 생각이 자주 나더라. 


그래, 희선이라면 내가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을 거야.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니까, 살고 싶어지더라. 그런데 현재

내 모습은 나이만 먹어버린 찌질한 좆병신인 거야. 그보다 더 안 좋은 건, 마음은 아주 쓰레기, 시궁창이었고....


대학 다닐 때, 내가 원래 운동 좋아했잖아. 그래서 다시 운동을 했다. 바벨도 들고, 덤벨도 들고, 케이블도 당기고.... 흐르

는 땀만큼 삶에 대한 욕구가 생기더라. 


어느정도 마음과 몸의 병을 스스로 치유했다고 생각한 난 희선이를 찾기 시작했어. 아마 너도 기억 날 거야. 내가 대학 동

기들 연락처 묻고 다닐 때, 그거 다 희선이 찾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어.


가까스로 희선이를 찾을 수 있었어. 그런데 막상 찾아가려고 하니까, 두렵더라. 우리가 너무나 나이를 먹어버렸으니까. 그

녀 옆에 다른 남자가 있으면 어쩌지? 아니면, 내가 찾아갔는데, 나를 외면한다면?


모든 상황이 두려웠지만, 먼 발치에서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어. 그녀는 시청에서 일을 하더라. 퇴근 길에 우연찮게 마주치

는 장면을 연출한다면, 희선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게 아니어도 그냥 보고 싶었어. 


바보같이 그녀의 퇴근 길을 무작정 기다렸어. 세 번은 실패했어. 엇갈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를 볼 순 없었지. 그리고 네

번 째 날... 난 아직도 천사같은 그녀를 멀리서 볼 수 있었지. 그래... 이렇게 다가 가는 거야... 천천히... 그리고 그녀가 나

를 찾아왔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그녀를 찾는 거야...


단지 오랜만에 그녀를 보는 것만으르도 자신감이 생기더라.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세상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세월이 흘렀지만, 아예 가버린 건 아니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이런 내 희망과 미래는 단 몇 분만에 완전히 무너져버렸어. 내가 숨어 지켜보는 곳으로 걸어오던 희선이 앞에 다른

남자가 딱 나타난 거야. 희선이는 웃고 있었어.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보이며, 그 남자의 팔짱을 끼었지.


아... 늦었다... 이미 늦어버린 거야....


지옥같은 삶은 아니었어. 별로 고통스런 삶도 아니었어. 예전처럼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 그런데 너무나.... 너무

나 허 하더라. 내 몸 속 일부가 사라진 것처럼, 그게 아니라면 내 몸 속에 과학적,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공간이 하나

딱 생겨버린 느낌이었어.


죽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공허한 느낌이 너무나 싫었어. 채워야 했어. 무엇이라도 채워야 했어. 열심히 살았지. 그리고 우

연찮게 재능이라면 재능이랄까, 내가 가지지 못했던 능력? 하나를 발견했어. 물론, 그저 내 매력일 수도 있고...


사회 생활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면서 마주치는 연상의 여자들이 나에게 꼬리를 치더라. 무언가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하나씩 만나다 보니까, 너무나 즐거운 거야. 재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고... 그래서 이 여자, 저 여자, 다른 남자의 여자

라는 것을 알면서도 만나기 시작했어.


행복한 나날인 줄 알았지... 그때는.... 공허함도 어느새 사라져 버렸으니까.


너 기억 날 거야. 예전에 희선이가 결혼 전에 나를 찾아왔었다고... 그때 니가 나에게 뭐라고 한 줄 알아? 병신 새끼라고 

했지? 나는 몰랐겠니. 그녀가 자신의 결혼을 포기할 생각을 가지면서... 나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었다는 걸... 나도 알

았다고... 몰랐던 게 아니야.


그런데 왜 잡지 않았냐고? 너 같으면 잡을 수 있겠냐? 이미 나는 희선이를 변호했던 대학 때의 영석이도 아니고, 고시에

실패하며 좌절하던 영석이도 아니었어. 지난 몇 년의 내 행동이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을 채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그녀와 나를 더욱 더 멀어지게 했던 것이지. 더구나 예정 된 결혼까지 포기하면서, 남들에게 진짜로 손가락질 당하면서 그

녀가 나같은 망나니에게 온다면... 이건 아니야...정말 잘못 된 거지.


희선이는...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욕을 먹어서는 안 되는 여자야...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지숙이도 만나고 있을 때라... 지숙이... 나이는 많지만, 좋은 여자지. 아니, 좋은 여잔 줄 알았어.

준석아... 너도 지숙이 알지? 최지숙 말이야.





###


당연히 지숙씨는 알고 있었는데, 그 당연한 사실을 영석이가 재차 물었을 때, 난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어. 그때 확실히

알 수 있었어. 모든 것을 알고 있구나. 이미 다 알고 나를 찾아 왔구나.


"여자를 만나고 노는 거 그저 재미와 즐거움 때문이었어. 지숙이도 그랬지. 물론, 지숙이를 다른 여자들보다 조금 더 오

래 만나고 있었던 건 맞아.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긴 했으니까. 그렇다고 그런 지숙이를 희선이와 비교할 수는 없지. 지

숙이를 만나서 희선이가 내 민 손을 못 잡은 게 아니야. 나 스스로가 더러워서... 나같은 개망나니가 희선이를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영... 석아."


"내 말 좀 더 들어 봐. 원래 나이 많은 여자들, 남들이 더럽다고 욕을 해도, 갖고 놀기에는 좋잖아. 지숙이도 그런 여자

중 하나였어. 만약 희선이가 찾지 않았다면, 다른 여자들처럼 지숙이와도 그렇게 즐기다가 헤어졌겠지. 그런데 희선이

를 잡지 않고 그렇게 보낸 후..."


"........."


"참 신기하단 말이야. 지숙이가 사랑스러워 보여. 난 내가 미친 줄 알았어. 단단히 미쳤지. 그런데 그렇게 나이 많은 여

자가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거야. 꿩 대신 닭 같은 감정있을까? 그건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랬어...."


"..........."


"미안해. 미안하다. 준석아... 내가 정신이 돌았었나 봐. 너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거지. 너를 소개 시키는 건 아니

었는데...."


영석이는 갑자기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어. 처음 의도는 기분이 나빴지만, 지금의 은영이와 나의 관계를 생각하면

영석이가 굳이 미안하다고 할 이유는 없었어.


"미안해 할 이유는.... 없어... 영석아..."


"그건 내가 정말... 미안해... 그래도 준석아...."


"응?"


"내가 왜 지숙이랑 헤어졌는지 모르지?"


"....모... 모르지... 당연히..."


"나보다 더 젊은 남자랑 모텔로 들어가더라. 우연히지... 우연이었지...."


"그... 그래?"


내심 놀랐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지숙씨는 그러고도 남을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지. 이때 영석이가 캔 맥주를 마셨는데,

어느새 캔은 비어 있는 것 같았어. 빈 캔을 저 멀리 던져버리더라. 매서운 추위와 함께 내 귀는 캔이 바닥에 뒹구는 소리

가 들려왔지.


"아마... 희선이가... 날 찾아왔던 건...."


영석이가 고개를 돌려, 바닥에 떨어진 캔을 쳐다 보았어. 그리고 계속 중얼거리더라.


"개망나니 같이 사는 나를 구제해주기... 아니... 구제라기 보다는... 인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왜 그때 난 몰랐을

까? 그저 여자 구멍만 보이면 가운데 다리를 집어넣기 바빴을까?"


".........."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지숙이랑 그저 즐기려고 만남을 시작했는데, 그저 즐기다가 그렇게 헤어져도 아무 문제도 없

다고 생각했는데... 왜 지금 이렇게 화가 날까?"


바닥에 던져진 캔을 바라보던 영석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어. 너무나 무섭더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

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지더라. 그 불타는 눈빛을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었거든...


"그때 희선이를 잡지는 않았어도, 그녀의 마음을 봤다면, 나는 최소한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래야

그 천사같은 여자가 사랑한 남자가 세상을 살며 이런저런 부침이 있었어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다는 말

정도는 듣게 했어야 했는데.... 왜 난 개망나니같은 삶을 이어 갔을까?"


"영... 석아...."


"이미 모든 게 끝났지만...준석아... 널 죽여버리고 싶었어. 나에게 그럴 양심이나 염치가 있는 건 아니지만, 다시 말하지

만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한거잖아."


"미안하다..."


영석이에게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었어.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녀석을 보자마자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부끄럽고 숨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 난 용서를 구할 생각은 하지 못했지.


"나 역시 사과를 받을 자격은 없어. 그래도..."


".... 미안하다... 친구야..."


"그래... 우리는 좋은 친구 사이였지.... 그래도 친구였다고... 내 죄도 있고 해서... 이렇게 마지막 말을 준석이 너에게

해주고 싶었던 거야... 아마 너도 알 거야... 아니 알고 있겠지."


"......진짜... 난 기억이... 나지...."


"아니... 아니... 그 이야기가 아니야. 난 준석이 너에게 묻고 싶은 거야. 준석아... 너에게는 나에게 있었던 희선이 같은

여자는 없었던거야?"


"그... 그게..."


"정말... 없었던 거야?"


아직도 그날의 영석이의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아. 그래, 영석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나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게 마

음처럼 안 되는 게 사람이잖아. 사람이니까, 알면서도 안 되는 거잖아.


그 말을 남긴 영석이는 그렇게 그 날 이후 나를 떠났어. 지숙씨와 하룻밤을 보낸 순간, 이미 예견 된 일이었겠지. 


친한 친구 하나가 세상에 사라졌다고 생각하니까, 영석이 말대로 진짜 마음이 공허하더라. 이제 가볍게 술 한 잔 마시면

서 좆병신 같은 이야기 하며 웃는 영석이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답답하더라.


영석이와 친구 관계를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신이 혼란하고 어지럽던 나에게 다시 한 번 카운터가 들어오게

되는데, 뭐... 당연한 수순이었겠지.


어느날, 역시나 늦은 밤에 은영이가 전화를 해왔어. 원래 밤 늦은 시간은 서로 연락을 하지 않음에도... 내가 전화를 받으

며 내 귀에 들려오는 건, 그녀의 흐느낌이었어. 그리고 울면서 나에게 계속 그러더라.


"왜 그랬어...준석씨... 왜 그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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