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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질_07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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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4 01:18 조회 27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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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연애는 이 년째를 향해 가고 있었다.


여전히 서로를 사랑했고,

우리는 조금씩 졸업 이후의 미래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중에도 

우리의 관계는 조금씩 단조로워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우리의 권태를 느낀 것은 섹스였다.


온 몸이 젖도록 하던 애무가 점점 간소해졌다.

모텔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어떤 비타민보다 좋은 피로회복제였던 서로의 몸이

피곤하다 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모찌는 부쩍 자주 피곤했고, 

내 유혹이 거절당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그 시작이 어디였는지는 모른다.

어디서부터 우리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는지,

엇갈림의 결정적 순간이 언제였는지는 모른다.

다만 우리는 뚝배기의 찌개가 식듯 

자연스럽게 식어갔다.


한때 뜨거웠던 시절과 모든 것이 같은데,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조금씩 그 뜨거움은 사라져 있었다.




눈에 띄는 마찰은 없었다.

그저 서로가 달랐을 뿐이었다.

나는 감정적이었고, 모찌는 이성적이었다.


내가 결혼 후의 분홍빛 미래를 상상할 때

모찌는 결혼까지의 험난한 조건을 생각했다.


나는 누나에게 멋진 남자이고 싶었지만

모찌에게 나는 그저 덩치만 큰 귀요미 강아지였다.


나는 이 년 내내 누나에게 떼를 쓰고 어리광을 부렸고

모찌가 나를 멈춰세우고 밀어낼 때마다

나는 조금씩 구차해졌다. 




우리는 함께 졸업장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좋은 날씨였고, 행복한 날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날의 사진은

백일 여행에서 찍힌 것만큼 빛나지 않았다.



함께 학교를 떠난 후

우리는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서로의 근황을 매일 전화로 전하며 잠이 들었다.

그 통화 역시 조금씩 간격이 길어졌다.



어느 날,

모찌는 문득 헤어지자고 말했고,

나는 어금니를 깨물며 

간신히,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


더 이상 나는 모찌에게 소중한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았다.

나는 모찌의 모든 순간이 알고 싶었지만

모찌에겐 내 삶의 일부만으로 충분했다.


모찌가 말하지 않았다면

내가 아마 두어달쯤 후에 이별을 고했을 터였다.



우리 몸은 이 년 내내 뜨겁고 부드러웠는데

서로 이별을 전하는 목소리는 

소리를 지르고 싶을 만큼 덤덤했다.



나는 담담히 전화를 끊고 돌아와

일 주일 내내 술을 마셨고,

그것이 너무 억울하고 자존심 상했다.


내가 아는 모찌라면 삼 일이면 회복할 게 뻔했으니까.




정확히 일주일 후,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형,

응?

모찌누나 남자친구 생겼네요.

응?

형은 지금 차단해서 누나 카x 안보이죠?

응.

목록 내리다 보여서 그냥 연락해봤어요.

고맙다야.

씨발년.

씨발년이 뭐냐, 선배한테.




우리의 연애와 이별을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연락을 해 왔고

내 대신 모찌를 잘근잘근 안주삼아 씹는 사람들 틈에서

혼자 생각했다.


이번에는 누나가 기댈 수 있는 어른스러운 사람일까.



당연하지만 

모찌에게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술을 머리끝까지 취하도록 마시고서도

절대 모찌에게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결혼식에도 가지 않았다.




이별 후에

술에 잠긴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 생각했다.

우리가 그토록 찾아내며 깔깔거렸던 서로의 성감대만큼

서로의 생각과 속마음을 궁금해했다면

녹아들 듯 토해내던 신음과 비명만큼

서로에게 진심을 말했더라면


지금도 모찌는 내 앞에 있을까.



나는 기억을 더듬어 

우리의 빛나는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좋은 향기가 날 것 같은 아름다운 기억들을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고개를 흔들며 떠올려 보아도

멍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땀에 젖은 목덜미, 풀린 눈동자,

핫젤로 미끌거리는 엉덩이와 허리께,

다리를 타고 흐르던 끈적한 물.

질퍽하게 젖은 골짜기.


그리고 내 것을 문 채 나를 올려다보는 모찌의 얼굴뿐이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우리는 날 새는 줄 모르고 서로의 몸에만 엉켜들었고,

새벽이 온 뒤에는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었다.



첫 섹스가 가져다 준 흥분과 행복

그리고 그 때문에 우리가 챙기지 못한 많은 것들을

모찌가 다음 사람과는 살뜰히 챙길 수 있었기를 바란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아직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까.

나는 아직도 모찌의 몸을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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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예상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마지막입니다.


뻘글이나마 

두서없이 쓰는 와중에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댓글 달아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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